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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KAIS 국제학술회의 조태용 통일부 차관 기조연설
글쓴이: 관리자
조회: 18310
등록시간: 2014-07-01 00:00:00

남궁 영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님,
김달중 전 회장님을 비롯한 학계 원로님,
그리고 내외귀빈 여러분,  


 중앙아시아 지역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의 이 지역 순방을 앞둔 시기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국제협력’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는 한국국제정치학회에 축하와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오늘 이 중요한 회의에 당초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참석하고자 하였으나, 한-비세그라드 그룹 회의 관련 일정으로 인해 제가 대신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약 1세기 전 영국 지리학자 해퍼드 매킨더(Halford Mackinder) 경은 유라시아 대륙의 심장부(heartland)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대륙론을 개진한 바 있습니다.
유라시아 지역이 알렉산더 대왕과 칭기스 칸과 같은 정복자들이 그토록 손에 넣으려고 한 전략적 요충지였다는 사실은 대륙론을 역사적으로 뒷받침합니다.

 실제 이 지역에서 19세기에는 대영제국과 제정러시아가 역내 패권을 두고 그레이트 게임을 벌였습니다. 강대국의‘거대한 체스판’이 된 유라시아는 수세기간 분절화된 대륙으로 남았습니다. 그러나 25년전 유라시아 대륙 각지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철의 장막’을 무너뜨리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됩니다. 냉전의 종식은 새로운 유라시아 시대를 생각해보게 하는 지정학적 환경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념의 속박이 사라지고 중앙아시아 지역내 신흥경제가 부상하면서 분절되었던 유라시아를 하나의 공동체로 묶으려는 노력이 부활했습니다. 그간 강대국간‘게임’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던‘유라시아’ 개념이 새로운 통합의 담론으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특히 최근 중국, 러시아, 미국 등 세계 정치의 핵심 주체들이 이 지역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작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앙아시아 지역과의 교통․물류 협력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실크로드 비전을 제시하였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5월말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과 역내 공동시장 구축을 목표로 유라시아경제공동체(EEU) 출범에 합의하였습니다.
 미국 역시 지난 2007년에 아프가니스탄 안정과 중앙아시아 경제발전을 위한 신실크로드 전략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새로운 유라시아 시대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한국과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 몽골의 저명한 학자들이 모여 유라시아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만으로도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나아가 매우 결실 있는 토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내외귀빈 여러분,
 

 한반도 역시 고대 실크로드 네트워크의 일부였습니다.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 남겨진 7세기 벽화 속에 고구려 사신의 모습이 그려진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교통‧통신 수준이 오늘날과 비교할 수 없이 열악했던 시대에 한국 외교관의 서역 방문이 궁전의 한 면을 장식한 것입니다. 당시의 한반도와 유라시아 중심부간 교류 수준이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은 문명간 교류의 무대였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실크로드는 여러 문명이 문물과 지식을 교류하는 통로 역할을 했습니다. 오늘날에도 교역로를 따라 남아있는 유적들은 7천여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원시적 교통수단으로 이동했던 시대에도 높은 수준의 개방성과 문화적 융합이 가능했음을 말해줍니다.


 그러나 제국간 패권경쟁으로 소통의 통로가 단절되고 타문화에 대한 개방성도 줄어들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한반도 역시 대륙과의 교류로부터 멀어졌습니다. 19세기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적응하지 못했던 한민족은 상당시간 대륙과 단절된 채 식민지 지배와 분단, 저발전을 경험했습니다. 단절된 대륙과의 고리는 1990년대 북방외교가 결실을 맺으면서 비로소 다시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와 대륙간 연결고리는 아직도 그 잠재력에 비해 견고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한반도가 분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지역을 지나지 않고는 한국과 대륙의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지 못합니다.

 
 북한의 시대착오적인 체제와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도 한국과 유라시아의 협력을 가로막는 장애물입니다. 북한의 위협이 한반도와 동북아에 그치지 않고 유라시아 대륙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유라시아 대륙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이 한반도와 동북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10월‘하나의 대륙, 창조의 대륙, 평화의 대륙’이라는 3개의 비전을 가지고 한국의 유라시아 전략을 제시하였습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대통령이 강조해오신 신뢰외교를 실현할 전방위 전략(an umbrella strategy)으로, 경제협력, 교류촉진, 신뢰구축을 모두 포괄하고 있습니다. 역대 정부에서도 유라시아 국가들과 관계발전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일대일의 개별적 관계발전을 넘어서 이들 국가들과의 관계를 ‘유라시아’라는 하나의 공동체로 발전시키기 위한 연계와 통합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첫째, ‘하나의 대륙’은 지역별 교통‧에너지‧시장의 네트워크를 연결함으로써 경제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철도나 도로를 연결하여 물류를 일으키고, 가스‧석유관과 전력망을 이어 에너지를 공유하는 사업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통합의 하드웨어 측면(hardware of integration)입니다.
 둘째, ‘창조의 대륙’은 인적‧지적‧문화적 자원의 교류를 촉진시킴으로서 혁신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연계된 인프라에 지식과 기술을 접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문화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통합의 소프트웨어(software of integration) 측면입니다.
 셋째, ‘평화의 대륙’은 통합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가 이기적 이익이 아닌 공존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구성원간 견고한(resilient) 신뢰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 유라시아 대륙으로 확장된 개념입니다. 통합의 휴먼웨어(humanware of integration)를 갖추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전의 실현을 위해 우리 정부는 분야별로 실현가능한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추진중입니다.
부산에서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물류망을 구축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프로젝트는 그 중에서도 핵심사업입니다. 교통망 연계와 더불어 물류거점들의 기능을 강화하여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특히 이와 관련하여 우리 정부는 나진-하산 물류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나진-하산 물류사업은 그 자체로는 대규모 사업이 아니지만,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 협력의 경험을 쌓는다는 점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추진해 나가는데 좋은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북극항로를 통한 해상물류 개발 및 러시아 극동지역 물류거점 구축을 위한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도 추진중입니다.


 금년에는 핵심 협력대상인 중앙아시아와의 협력 강화에도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금년 4월 서울에서 열린 제8차 ‘한-중앙아시아 협력포럼’에서 사무국 설치를 큰 틀에서 합의하면서 협력의 제도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하였습니다. 앞으로 새로이 설치될 사무국은 협력사업의 발굴과 이행을 체계적으로 감독함으로써 한-중앙아시아 협력을 한단계 끌어올리게 될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중앙아시아는 유라시아 협력의 전략적 핵심지역입니다. 2010년 중앙아시아 5개국을 순방한 반기문 UN 사무총장 말씀대로‘중앙아시아는 세계의 중심(Central Asia is central to the world)’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주 박근혜 대통령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구체화 하고, 중앙아시아와 ‘상생과 협력의 외교’를 강화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특히 이번 순방은 물류 분야 협력을 통한 ‘하나의 대륙’ 구상 실현에 추동력을 부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단순한 자원 중심 외교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호혜적 협력을 확대할 것입니다. 특히 투르크메니스탄은 1992년 수교 이래 우리 정상의 최초 방문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 또한 큽니다.


 중앙아시아는 정치‧안보적으로도 중요한 협력대상입니다. 냉전시대 그라운드 제로가 소재한 카자흐스탄은 소련에서 물려받은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비핵화의 선택을 했습니다. 이렇게 됨으로써 중앙아시아 지역은 국제 비확산 체제 강화에 모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1세기 들어 유일하게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은 최근에도 ‘상상할 수 없는 형태의 핵실험’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금번 박근혜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을 통해 북핵 불용에 대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확고한 지지를 다시 한번 확보할 예정입니다.


 중앙아시아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역외 파트너로서의 역할도 기대됩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OSCE 회원국이며, 카자흐스탄은 2010년 중앙아시아/이슬람 국가로서는 최초로 의장국을 수임한 바 있습니다. 또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아프가니스탄 안정화, 환경오염‧테러리즘‧마약밀매 차단 등 역내 공통의 안보문제 해결에도 기여해 왔습니다. 이런 점에서, 장래에 중앙아시아 지역 협력과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연계하는 지역협력체간 대화(cross-regional dialogue)도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UN틀 내에서의 협력도 기대가 큽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역내 갈등해소 및 공통의 지역문제를 다루기 위해 투르크메니스탄에 UN 예방외교 지역센터(Regional Center for Preventive Diplomacy)를 설치한 바 있습니다. 최근 한-중앙아시아 협력사무국을 설립하기로 한 만큼, 이러한 기제를 활용한 한-중앙아시아-UN간 협력도 가능할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협력 가능성도 다대합니다. 지도상에서 소멸될 위기에 처한 아랄해의 사례에서 보듯이 중앙아시아 지역도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의 위협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의 발달된 기술과 개발원조 경험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필요로 하는 수자원 관리와 효율적 에너지 사용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환경안보의 심각성을 오래전부터 인식해 온 한국은 환경 마스터플랜 수립 지원 등의 형태로 중앙아시아 환경안보의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날 대한민국이 처한 지정학적 위치는 반도라기보다는 섬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진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난 70년간 옥죄어 왔던 굴레를 벗어나야 합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소통과 협력의 ?척肉?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발휘하게 하여, 유라시아 지역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중국과 중앙아시아 그리고 러시아를 거쳐 유럽에 도달할 수 있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섬이 아니라 유라시아 공동체의 주요 일원으로 거듭나고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되려면 분단을 극복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평화통일은 상호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역내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이 존재하는 한, 유라시아 협력은 근본적으로 미완성일 수 밖에 없습니다. 유라시아 시대의 도래는 하나된 한반도를 통해 그 꽃을 활짝 피우게 될 것입니다. 현금의 한반도 정세를 볼 때 가까운 장래에 가능하겠는가 하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도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비전 없이는 밝은 미래를 열어갈 수 없습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비전을 세우고 그 성취를 위해 한걸음씩 나아갈 때, 먼 훗날의 상상을 오늘의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유라시아 협력을 논의할 때 한반도 통일을 같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토론에서도 유라시아 협력 뿐만 아니라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중앙아시아 속담에 ‘새의 강점은 날개이듯이 인간의 강점은 친구(The strength of a bird is in its wings; the strength of a man is his friends)’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관통하는 정신인‘상생과 협력’을 잘 나타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견고한 신뢰의 네트워크가 완성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본질적으로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등 역내 국가들간의 협력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국가들이 추진중인 유라시아 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통해 각국의 유라시아 전략이 순조롭게 추진되어 서로를 추동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오늘 여러분이 지혜를 모아 상호 윈윈(win-win)하는 유라시아 협력이 가능하도록 국제협력의 연결고리를 많이 찾아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끝으로 오늘 뜻깊은 자리를 시의적절하게 마련해주신 남궁 영 회장님과 한국국제정치학회의 노고를 다시 한번 높이 평가합니다. 유라시아 협력은 그 광대한 영역 만큼이나 폭넓은 파트너십을 필요로 합니다.

 산‧관‧학 그리고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협력 없이는 실현이 어렵습니다. 바로 이점이 오늘과 같은 학술회의를 통해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유라시아 전략을 실현할 방안을 모색하는 이유입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맡고 있는 외교부에 좋은 조언과 지혜를 나누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끝. 

첨부파일 : 201406131차관국제정치학회기조연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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